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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50 대 50. 주사위 확률은 6분의 1. 로또 일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 복잡한 계산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수고를 한다면 정확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달아난 고양이가 집으로 돌아올 확률은 얼마일까? 아니면 옛 애인이 찾아와 카지노 여행을 제안할 확률은? 계산기를 두드리거나 컴퓨터를 동원해도 답을 내지는 못한다. 인간의 삶이란 항상 불확정한 상황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확률이 제로일 것 같은, 피곤한 일이 내게 일어났다. 달아난 고양이가 아닌, 날 버리고 나의 선배와 결혼한 여자가 찾아왔다. 그가 속삭인다.

“카지노로 가자.”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미련 두는 것은 할 짓이 아니다. 인생을 쿨하게 즐기는 데 방해가 된다. 그가 이혼했다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 그래야만 한다. 뒷모습을 보이며 냉정히 돌아서야 한다. 하지만 난 강하지도 않고 빠른 판단력의 소유자도 아니다. 이상하게 다음 카드를 보고 싶다. 그런 제안을 한 그도 문제지만 나도 정상은 아니다. 삶이 그로테스크하다는 식으로 변명하고 싶지는 않다.

게임은 어렵다. 하면 할수록 자신감을 잃는다. 함정임을 알아도 빠져나오지 못한다. 카지노에 있는 한 그곳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패배는 일상이다. 부동산 값이 오르고 주가가 폭락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일탈을 감행할 수는 없다. 인내와 절제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유일한 전략이다. 파산은 막아야 한다.

사랑은 어렵다. 도박만큼이나 어렵다. 관찰을 하고 정보를 수집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삶뿐만 아니라 자연계의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 그런데도 사랑을 하고 도박을 한다. 모두 미쳐버렸다.

옛 사랑이 꺼낸 마지막 히든카드를 보고서 화가 났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픔이 있을 뿐이다. 태연을 가장하고서 나는 나의 길을 간다. 모두에게는 나름의 이유와 고통이 있는 법이다. 내가 아는 척을 한다고 치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상처를 보듬어 줄 존재가 사라져 버렸듯이. 어둠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