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젊은이들의 자화상 재기발랄하게 묘사
음식ㆍ패션ㆍ섹스 등의 세계 역동적으로 표현 읽을수록 흥미진진…문학적 은유 부족 아쉬워 세계문학상은 소설들의 축제다. 우리는 이 축제를 통해 말들을 이어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펼쳐서 새로운 세계를 생성하려는 문학적 의지들이 한국어를 매체로 삼아 다양한 빛으로 터져 나오는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축제는 결국 다음을 기약하며 끝이 나는 법이고, 불꽃을 장식하는 수많은 빛들도 하나의 찬란한 불빛만을 남긴 채 꺼지는 법이다. 응모된 191편의 소설들 중에서 본심의 대상이 된 작품은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삼촌과 데릴라’, ‘스타일’ 등 세 편이었다. 이 세 편은 각각 한국 소설의 한 경향성을 뚜렷하게 대변하고 있었고, 그 불꽃의 색깔이 다른 만큼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대단히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두 시간에 걸친 심사는 세대 간에, 작품 간에 굉장히 큰 견해차를 노정했으며 토론은 끝없이 계속되었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수상작에 대한 어떠한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채 논의를 멈추고 투표를 했으며, 그 결과 과반수를 얻은 ‘스타일’을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은 팩션이다. 이름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린 ‘고금상정예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백여 년 전 강화도에서 프랑스에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적절한 시의성도 있는 데다 사건을 끌고 가는 문장력과 치밀한 구성이 눈에 띄었으나 사건의 주요 무대인 프랑스 쪽의 디테일에 치명적 오류가 있고 정보의 양에 비해 내용이 없으며 민족주의의 과잉으로 인한 전반적인 불균형 탓에 당선작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삼촌과 데릴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작품들보다 뛰어났다. 현대 문명에 의해 위협당하는 한 변두리 마을의 삶을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문체로 잘 그려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나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으로 삶의 어두운 부면을 들여다보려는 작가의 인생관과 들뜨지 않고 차근차근 세계의 비밀을 풀어 가는 문학의 위엄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그러나 몇몇 심사위원이 문체나 스타일이 낡아 소재나 분위기 면에서 신선함을 느끼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점 등을 고집하여 당선작이 되지 못했다. 여러모로 아쉽다. ‘스타일’은 재기발랄한 작품이다. 젊은 세대들이 소비하고 들여다보기를 열망하는 음식, 패션, 섹스 등의 세계를 매우 역동적으로, 수다스럽게, 대단히 잘 읽히는 문체로 그려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문학적 은유가 부족해 울림이 없다는 점, 연애소설의 패턴을 지나치게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끝까지 수상에 동의하지 않는 심사위원도 있었다. 하지만 장을 이어나가면서 흥미로움을 점층시키는 구성이 아주 뛰어나서 손에서 떼어놓기가 힘들었다는 점, 작가가 어떻게든 상처받지 않고 더러운 세계를 견디면서 진정성을 지켜 가려는 젊은이들을 자기 세대로 끌어안기를 전혀 피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하여 이 시대의 피상성, 깊이 없음을 쿨하게 잘 형상화했다는 점 등이 끝내 장점으로 부각되었다. 오늘 또 하나 아름다운 문학의 꽃을 세상에 내보낸다. 꽃이 계속해서 꽃다울 수 있도록 작가가 더욱 애써 줄 것을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