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백석 공원 ‘모닥불’ 시비 앞에 놓여 있는 사람의 눈알 하나. 조촐한 제사상과 함께 눈알은 누군가에게 바치는 것인 양 놓여 있다. 경찰은 그 눈알이 ‘나’와 같은 집에 사는 회령 아저씨의 것이라 믿고 나를 경찰서로 잡아들인다. 그러나 나는 한 달 넘게 피시방에 처박혀 게임에 몰두한 탓에 정신병원에서 치료까지 받고 몽롱한 상태다.
나는 탈북과정에서 겪은 극심한 트라우마로 과거의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나에게는 무엇이 과거이고 현실인지, 무엇이 진짜 현실이고 가상인지, 모든 것이 불분명하다. 내 이름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조차 애매하다. 한마디로 혼란이 나의 정체성이다. 경찰서에서 회령 아저씨는 살아있음이 밝혀지고 나는 풀려난다.
그러나 이틀 뒤, 백석 공원에서 동일인의 양 손목이 발견되고, 사체의 또 다른 일부가 강남의 공원에서 발견된다. 이 엽기적 사건이 발생하기 몇 달 전, 한 남자가 백석 공원의 플라타너스 나무에 목을 매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탈북과정에서 딸과 아내를 잃고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그의 손에는 새끼손가락과 무명지가 잘려나가고 없었다. 죽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탈북자가 백석 공원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사람들은 백석 공원에 유령이 나타난다고 수군거린다.
이 모든 죽음을 지켜보던 나는 누군가를 떠올린다. 리니지 폐인인 나는 탈북자로 구성된 ‘뫼비우스의 띠’라는 혈맹의 군주였다. 리니지에서 독재자에 저항하는 바츠 해방전쟁이 벌어질 당시, 혈맹 주변을 외톨이로 맴돌던 ‘피멍’이라는 아이디의 전사. 그는 적을 죽이면 반드시 눈알을 뽑고, 새끼손가락과 무명지를 잘라 제단에 바쳤다. 나는 이 사건의 범인은 바로 그 피멍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한다. 누가 피멍인가.
나의 주변을 이루고 있는 것은 ‘대딸방 딸녀’와 삐끼, 불법 포르노 제작자들. 그들 대부분은 남한으로 내려와 뿌리내리지 못하고 유령처럼 살아가는 탈북자들이다. 그 틈에서 나는 대학 시절 사랑했던 마리를 찾아 유령처럼 헤매고 다니지만 배우가 된 마리는 광고 속의 이미지로만 존재할 뿐. 마리와의 기억은 어쩌면 나의 환상인가. 마리는 오직 게임 속에서만 나와 만나고, 배우가 되기 위해 남한으로 온 인희는 마리와 너무 닮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종적을 감춘다.
진짜와 가짜, 현실과 가상, 사실과 환상, 그 모든 것이 모호한 혼돈 속에서 드러나는 의외의 범인. 사건의 범인이 진짜 피해자이고, 피해자가 가짜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마리를 찾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