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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인물의 우정을 담은 ‘유리 조각 시간’
인물·배경 섬세한 표현 흡입력 돋보여
완독 후엔 여운… 문학의 힘 보여준 작품


이끌리는 소설은 빈틈없는 서사가 아니라 틈을 통해 숨 쉬는 서사에서 나온다.

그 틈이 독자를 세계와 ‘다시’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심사가 끝날 때마다 재확인하게 되는 원칙이다. 올해 세계문학상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두 여섯 편이다.

중견 소설가 은희경 심사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 세계일보 사옥에서 제22회 세계문학상 본심 심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심사위원인 소설가 하성란·전성태, 평론가 정홍수, 은 위원장, 소설가 김유진, 평론가 박혜진, 소설가 강영숙.


‘유리 조각 시간’은 학창 시절 우정을 나눈 유영과 경진이 성인이 되어 다시 마주하며 소설을 매개로 자신의 과거와 상처를 재독하는 과정을 그린다.

채팅 사이트에서 시작된 두 인물의 관계를 통해 청소년기의 불안과 결핍, 연약한 연대를 섬세하게 포착하며 기억과 관계가 어떻게 다시 서사화되는지를 차분히 밀어붙이는 이 작품은, 평범한 장면을 매혹적으로 만들어내는 디테일의 힘과 소설 읽는 행위 자체를 서사의 중심 장치로 삼은 구조가 특히 인상적이다. 드물게 자기 목소리를 지닌 작품으로, 개인의 기억을 넘어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까지 자연스럽게 확장해 나가는 힘을 보여 준다.

빈틈없이 닫힌 의미가 아니라 인물과 독자가 함께 머물 수 있는 틈을 남김으로써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세계를 다시 보게 만드는 이 소설을 올해의 세계문학상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공감과 위로, 치유와 회복이라는 문학의 오래된 역할을 경신하는 작품이 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 은희경·강영숙·김유진·박혜진·전성태·정홍수·하성란